■ 생각열기
포스코의 경영 실적은 국내 경쟁사를 압도한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을 제외하고는 20% 안팎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 주요 경쟁사의 2~6배에 이르는 높은 이익률이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국내 시장에서 포스코가 누리는 독과점적 지위 때문이고 오히려 글로벌 경영에 뒤처져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가 포스코는 억울하기만 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국내 철강 시장은 관세가 없는 완전 개방 시장으로 포스코는 외국 철강사들과 동등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수익률이 좋은 것은 높은 경쟁력 때문이라는 게 포스코 측의 분석이다. 세계적인 철강산업 정보제공 기관인 WSD가 포스코를 종합경쟁력 세계 1위라고 평가할 정도로 포스코의 경쟁력은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포스코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끊임없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포스코 측은 설명한다.
◆ 교대근무자간 업무편차 없애 24시간 개선
= 김군혁 포스코 혁신기획그룹 리더는 포스코 포항공장 제선부의 한 개선 리더가 썼다는 고백 글을 보여주었다.
"나는 형산강 다리를 건너면서 `하루 동안 무엇을 개선할 것인가` 고민하는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다. 예전에는 업무시간이 남아돌아도 즐겁지 않았지만,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 개선하는 지금의 나의 모습이 정말 행복하다."
이처럼 포스코에서는 직원 개인의 끊임없는 개선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것이 김 그룹 리더의 설명이다. 다수 개인의 개선활동이 결합돼 포스코의 혁신 성과로 이어진다. 이 같은 혁신활동은 `y=f(x)의 철학`으로 설명된다. x는 독립변수, y는 종속변수다. x가 변하면 y의 결과치도 바뀐다.
"x는 개인별로 진행되는 무수한 개선과제를 뜻합니다. x1, x₂, x₃, x4 등등이죠. 무수한 x들이 모여 y라는 결과 또는 성과가 나온다는 뜻이죠."
작은 개선이 모여 큰 성과를 낳는다는 혁신철학은 도요타와 비슷하다. 도요타도 1초ㆍ1엔을 아끼는 작은 개선활동을 경쟁력의 근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요타의 개선활동은 포스코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도요타는 눈만 뜨면 개선하지만, 포스코는 24시간 개선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3교대로 24시간 일하는 교대근무자 간 업무 편차를 없애고 온라인 학습 동아리를 만들어 정보를 교환하며 개선활동의 지속성을 높였기 때문이란다.
◆ 전체 프로세스 관점에서 개선활동
= y=f(x)의 철학에는 모순이 없을까. 변수 x1과 x₂가 서로 모순된다면 결과치 y는 기대에 못 미칠 게 분명하다. 실제로 포스코는 과거에 그런 문제를 겪었다고 한다.
"x1은 품질 향상 과제이며 x₂는 생산성 향상 과제라고 해봅시다. 대체로 품질 향상과 생산성 향상은 역의 관계입니다. x1과 x₂에서 각각 10억원어치의 품질ㆍ생산성 향상 활동을 했다고 합시다. 그러나 전체 프로세스 안에서는 두 활동이 역의 관계가 되면서 성과는 전혀 없는 것이죠."
포스코가 마련한 해결책은 프로세스 전체 관점에서 개별 개선활동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김군혁 그룹 리더는 "개선 과제와 관련된 프로세스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확인하며, 개선 과제를 왜 수행하는지를 전체 공장 관점에서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회사 전략과 개인 개선활동 유기적 결합
= 포스코 직원의 개인별 개선활동은 회사 전략과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개인별 개선ㆍ혁신 활동이 곧바로 회사의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창구가 되는 셈이다. 회사 전략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포스코는 회사 차원의 전략이 수립되면 임원, 부서장 차원의 세부 하부 전략도 수립된다. 그런 다음 하부 전략을 바탕으로 전 직원이 참여해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개선과제를 선정ㆍ정의하는 `D+활동`을 실시한다. 선정된 과제를 바탕으로 개인별 MBO(목표 관리)도 정해진다. 개인별 MBO는 월간ㆍ주간ㆍ일일 계획으로 더욱 세분화된다. 결국 포스코는 직원 개인별로 매일 자신의 업무와 개선활동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D+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김 그룹 리더는 예를 들어 설명했다.
"최상층부의 전략이 포항제철소 후반부에서 평탄도 향상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 K씨의 개선과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보죠. 상층부의 내년도 전략 목표가 매출액 20% 향상, 원가 30% 절감으로 결정됐다고 합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포항제철소장이 원가 절감 4000억원 목표를 세우죠. 후판부장은 4000억원 가운데 100억원의 원가 절감을 맡게 됩니다. 그러면 2후판 공장장이 절반인 50억원의 목표를 세우면, 압연파트장이 20억원을 책임지게 됩니다. 압연파트의 A주임이 2억원 절감을 맡게 됩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A주임과 함께 일하는 K씨는 평탄도 50% 향상이라는 과제를 선정하게 됩니다."
상황이 변하면 회사 전략과 이에 따른 개선과제도 분기별로 수정한다. 해마다 6월께면 과제의 20% 정도는 변화를 겪게 된다.
◆ 6시그마와 트리즈로 개선 실행
= D+활동은 문제를 가시화해 개선과제를 선정하는 단계다. 당연히 개선 실행 단계가 이어진다. 실행 단계의 핵심은 6시그마와 트리즈(TRIZ)다.
6시그마는 프로세스 전체를 최적화하는 경영혁신 기법이며, 트리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건이 되는 모순을 찾고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창조적으로 찾아내는 기법이다. 포스코는 당초 6시그마를 주로 활용했으나 여전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인식 아래 최근 트리지도 함께 도입했다.
6시그마와 트리즈는 `메가 와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개선과제 해결에 응용된다.
이 밖에 포스코는 설비종합효율(OEE) 향상에도 힘을 쏟는다. 포스코는 현장 직원을 설비 운전은 물론 정비에도 능숙한 `설비에 강한 인재`로 양성하고 있다.
사무 부문 효율화도 포스코의 주요 혁신 업무 가운데 하나다. 사무 부문의 낭비를 발굴해 혁신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고취하는 게 목표다. `개선 실행` 다음 단계는 표준화다. 과제를 개선한 해법을 표준화해 전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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