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유기농 체인점 ‘홀푸드(Whole Foods)’는 단위면적당 수익성이 미국 내 최고 수준이다. 대부분 농산물 체인점들이 유통업계 거인인 월마트와 맞서 싸우기 위해 비용절감에 치중해온 반면, 홀푸드는 기존 매장 고급화와 신규 체인점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25년간 홀푸드 체인점은 160개를 넘어섰고, 연매출액은 40억 달러에 가까울 정도로 성장했다.

홀푸드에서는 여타 기업들에 만연한 관료적 행정이나 층층시하의 명령체계·위계구조를 찾아보기 힘들다. 자사(自社)를 가리켜 ‘타인(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공동체’라고 부를 정도다. 최소 조직단위는 매장이 아니라 신선농산물·가공농산물·해산물 등 각 부문을 관리·운영하는 소규모 팀이다. 각 팀은 각 상품의 재고(在庫)수준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신입사원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보너스도 사원 개개인이 아니라 팀 단위로 지급된다.

홀푸드의 경영 원칙은 간단하다. ‘민주화하라(democratize it)’. 수직적 위계구조로 짜인 층층시하의 상사들 대신 수평적인 조직구조를 도입, 다양성·경쟁·유연함·창조성과 혁신의 정신을 조직에 불어넣었다.

인터넷 검색의 절대 강자 ‘구글’도 민주적인 조직구조를 가진 대표 기업이다. 상층부로부터 하달되는 일방적인 톱·다운식 전략은 구글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구글리트(Googlettes)’라 불리는 미래에 크게 성장할 소규모 프로젝트들을 적극 장려한다. 회사는 기존 관행에 의문을 갖고 새 시각에서 문제에 접근하도록 사원을 독려한다. 또 장차 고객을 위해 쓰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에 근무시간의 20%를 쓰도록 배려한다. 홀푸드와 마찬가지로 구글은 최소의 관리만을 받는 작은 그룹들로 구성된다.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의 경쟁자들은 앞서가는 경쟁력이 엔저(低)현상, 순종적인 직원들, 일본식 문화, 자동화 등의 덕이라고 평가절하했었다. 그러나 도요타의 약진은 민주적 경영 스타일이 이끌었다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다. 경쟁자들이 본사 출신의 전문가들에 의존한 반면 도요타는 사원 개개인이 문제해결에 필요한 기술·도구를 갖출 수 있도록 애썼다. 문제 발생 전이나 혹은 발생 당시에 담당자가 스스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재량권도 부여했다. 도요타의 진정한 경쟁력은 보통 사원들의 능력을 이용할 줄 아는 능력에 있었다.

대부분 기업들은 물품조달·생산·마케팅 등의 각 공정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향상시키는 데에 우선순위를 둔다. 그러나 ‘공정상의 변화’가 가져다 주는 이익은 ‘경영혁신’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해 소규모에 불과하다.

오늘날과 같이 커뮤니케이션이 급속도로 오가는 시대에는 기술 이전이 어렵지 않다. 경쟁자들이 상품은 재빠르게 복제할 수 있겠으나, 경영혁신은 그대로 따라 하기 어렵다. 혁신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데다, 기업문화를 바꾸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미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업체들이 도요타의 진정한 경쟁력 비결을 깨닫는 데는 수십년이 걸렸다.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나가려면 개인의 창의력과 자유로움이 더 나은 성과와 경쟁우위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아이팟은 여러 명이 함께 고안해낸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경영 혁신은 우연히 이뤄지지 않는다. CEO가 이사회 도움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경영 혁신의 귀재였다. 그는 뉴욕 크로톤빌에 연수원을 설립하고, 숨돌릴 틈 없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사원들에게 변화·꿈을 전달하기 위해 격주로 연수원을 방문했다. 고참 간부들을 비롯, 연수원에 입소한 GE 직원들은 고정적인 사고의 틀을 깨고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을 배웠다.

크로톤빌 연수원에서 탄생한 혁신의 산물 중 하나가 유명한 ‘6 시그마 접근법’이다. 이 아이디어는 GE가 아닌 다른 기업에서 나왔지만, 이를 다듬고 완성한 것은 GE였다. 방법은 ‘문제를 규정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장악하라’는 것이다. 매우 간단해 보이는 이 기법은 현재 전세계 수백개 주요 기업들로 확산됐고, 실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LA한미은행은 과거 모든 지점이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필자는 4~5개 지점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은 뒤, 그룹마다 ‘지역관리자(DL·Distric Leaders)’를 임명했다. 지역관리자들은 각자가 해당 지역의 CEO라는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도록 독려했다. 지시는 최소화했다. 대신 관리자들에게는 ‘담당 그룹을 혁신하라’는 과제를 부여했다. 시작한 지 1년 정도가 지났다. 결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일부 관리자들은 전통적인 고객층이 아닌 새 고객층을 대출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새 방법을 제시했고, 또 다른 관리자들은 담보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내놓았다. 시작 초기 시스템의 성과 여부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우리의 경쟁자들은 이제는 시스템을 따라하려고 나섰다.

경영 혁신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그 안에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