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다. 대한민국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라면 기억하겠지만, 한때 웅변은 모두가 가져야 할 스킬 중 하나기도 했다. 좌중을 압도하는 웅변가는 대중의 롤모델로 존경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월이 흘러 일부 정치인을 제외하고, 웅변가처럼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은 자연스러운 제스처와 톤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듣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경청도 스킬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취약한 경영 스킬 중 하나다.

고객, 협력업체, 주주, 직원 등 회사에서뿐 아니라 가족, 친구 등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청 능력은 다른 스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임원 재교육 시간에 활용하는 간단한 경청 능력 테스트가 있다. CEO가 회사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며 임원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내용의 오디오를 10분간 들어보고, 이를 자신의 직원에게 정확하게 전달해보는 테스트다.

결과는 예상 밖이다. 20%의 임원은 실제 CEO가 얘기한 내용과 완전히 다른 지시사항을 전달했고, 다른 20%는 CEO가 강조하지 않은 사항을 훨씬 중요하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30% 역시 중요도나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30%의 임원만이 CEO 의중대로 전달했다. 오디오와 동일한 내용을 이번에는 CEO가 직접 다른 그룹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비디오로 전달해 봤다. 결과는 오디오로 들을 때보다 더 낮은 20%의 임원만이 지시사항의 중요도와 순서를 제대로 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화자(話者)의 입장이 아니라 청자(聽者) 본인의 경험과 배경지식을 중심으로 듣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평소 B학점을 받는 학생에게 A-는 좋은 점수지만, A를 받던 학생에게는 그렇지 않다.

둘째 이유는 사람은 시각적 제스처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화자의 미소, 인상, 속도, 태도 등은 청자가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 큰 영향을 준다. 화자도 내용 자체보다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사회학자들은 현대사회에서 책이나 라디오보다 TV나 시각자료로 훈련받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눈’으로 듣는 데 익숙해져 있다고 얘기한다.

가장 중요한 셋째 이유는 우리가 적극적 듣기인 경청(listening)을 하지 않고 수동적 듣기(hearing)를 하기 때문이다. 후자는 제 역할을 하는 귀를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신체적 기능이다. 이에 반해 적극적 듣기는 사고를 함께 요하는 고도의 기능이다. 예를 들어 클래식 피아노 연주를 들을 때, 전문가라도 적극적으로 듣지 않으면 리듬이나 연주 기술에 대한 코멘트는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임원 코칭의 목표도 이와 유사하다. 상사, 부하, 고객, 직원 등 화자가 누구든 간에 화자의 의도와 그 후 내가 취할 행동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면서 듣는 연습을 한다. 듣기 능력의 개선은 골프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골프를 칠 때 감정에 휩쓸리면 실수하기 쉽다. 전문가들은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보통 80%를 듣는 데 할애하라고 조언한다. 다음번에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입을 열기 전 한 번 더 생각하고 상대방 이야기를 경청해 보자.

[이성용 베인앤드컴퍼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