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논리적으로 대변할 수 있으며 서로 다른 의견을 간명하게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조직은 의사결정 속도가 매우 빠를 것이다.

누군가에게 어떤 일을 지시하거나, 해당 지시의 이행을 통해 어떤 이점을 얻으려 하는지 설명할 때 자주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의미가 행간에 숨어 있어 골똘히 생각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경우다.

일부 국내 대기업에서 볼 수 있는 흥미로우면서도 창피한 사실이 하나 있다. 조직 내에 기업 오너가 하는 말의 의도를 해석하는 작은 팀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런 팀의 존재를 외국인에게 설명하기는 정말 어렵다. 글로벌 경영스탠더드와 배치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런 팀의 긍정적인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기업 오너가 애초에 자신의 의도를 명확하게 설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지시를 잘 따르지 않거나 의도대로 반응하지 못해 고민이 되는가?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해결책 몇 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간결하고 단순한 지시를 내린다. 사람들은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듣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말을 덜 할수록 혼란을 줄일 수 있다. 간결하고 직접적인 문장으로 말하는 것은 훈련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 임원들이 비즈니스 레터를 별로 쓰지 않아, 서구 기업 임원들보다 간단히 말하는 기술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둘째, 일방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야기를 하려면 적절한 환경과 어조를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상명하달의 문화 때문에 고위 경영진이 부하 직원의 적절한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효과도 없는 독백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결과 남는 것은 설득력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말뿐이다. 대부분 상사들은 부하 직원이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내용을 자신이 생각해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며, 이에 대한 코멘트를 받고 싶어 한다. 또한 이는 ‘직원들이 충분히 생각을 못하기 때문에 내가 없으면 이 조직은 돌아가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많은 경우 부하 직원들은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단지 머릿속 생각을 드러내거나 의견을 표현하지 않을 뿐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셋째 방법은 지시 이행을 완료하도록 부하 직원을 교육하고, 지시에 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시의 의도를 공유하며, 직원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알려주는 대신 스스로 이행하도록 하면 된다.

넷째, 부하 직원들이 임원의 지시 내용을 반복해 말하도록 하는 것인데 모욕적이고 어린아이 다루듯 하는 게 아니라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 직원들이 자신의 어휘로 지시를 반복해 말하게 하고, 자신의 논리를 활용하게 하는 이런 방법은 군 조직에서 명령 전달에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 활용된다. 군 조직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마지막 방법은 임원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녹화하고 코치에게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베인이 제공하는 리더십트레이닝에서는 많은 임원들이, 자신이 회의에서 하는 행동을 보고 깜짝 놀라곤 한다. 그들 대부분이 이전에는 이런 훈련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으며, 녹화된 모습을 보고서야 자신의 지시가 불명확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신의 행동 때문에 어떤 지시를 내리든 부하 직원들이 따르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기회가 있을 때 이런 훈련을 해본다면, 투자 대비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