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야 국가도 살 수 있다. 이미 선진국은 노사문화의 새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기업이 노사 상생의 문화를 정립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일터 혁신’과 ‘노사 파트너십’을 선택했다. (편집자 주)
#1. 롤 정비 전문 중소업체  ‘롤앤롤’은 사회적 편견과 좌절 속에서 노사화합과 성과 높은 일터 실현이라는 성공 신화를 쓴 중소기업이다. 그 결과 올해 실시된 일터 혁신 컨퍼런스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롤앤롤은 2006년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독립법인으로 분사했다. 출범 당시만 해도 포스코 출신으로 구성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대기업 직원에서 중소기업 직원으로 신분이 떨어졌다는 자괴감에 빠진 직원들을 격려할 수단은 오로지 일터 혁신뿐이었다.

김장수 ‘롤앤롤’ 대표.

이내 김장수 대표는 사내외 교육을 골자로 한 일터 혁신을 실시했다. 물론 처음부터 큰 호응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노사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불쏘시개가 필요했다. 김 대표는 학습동아리를 통해 격려 메시지를 전달하고 직원들과 함께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회사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알게 됐다. 또한 노사 화합을 위한 전사 체육대회, 족구대회, 래프팅 등 노사공동 신바람 일터 만들기, 노사가 직접 현장을 찾아가 격려하는 칭찬 비타민 등 직원과의 만남을 통해 노사의 단결력을 쌓았고 직원들의 혁신 마인드도 높아졌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지면서 △개인별 업무능력을 분석(인터뷰, 절대평가)한 CDP카드(개인별 목표 설정) 작성 △목표 달성을 위한 Brother 교육제도(선배와 후배를 1대 1로 연결해 교육하는 방식) △학습동아리 내 직무 학습방을 통한 직원들이 보유 노하우 교육도 활기를 띄었다.

직원들을 지식전문가로 키우기 위한 사외교육도 실시됐다. 롤앤롤은 자기개발(IT 분야, 어학) 및 기술교육(유리·금속·플라스틱 등의 내부 결함을 검출하는 초음파 탐상, 기계정비, 산업안전)등 이수 과정을 지원했다.

롤앤롤은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경제적 지원책을 내놨다. 자격증 취득에 대한 포상금, 과목 수료 시 인터넷에서 물품 구입 등에 쓸 수 있는 사이버머니를 지급함으로써 직원들을 독려한 것이다. 교육을 받으려면 근무시간 외에 개인적인 시간을 내야 하기에, 지원책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교육은 매출과 생산성 향상으로 돌아왔다. 2007년 140억 원이었던 매출이 2008년 143억, 2009년 147억 원으로 매년 3%씩 성장했다. 게다가 전직원의 36%가 개선 전문가로 양성됐다.

김 대표는 “롤앤롤도 창립 초기 변화와 혁신의 두려움으로 혁신 활동에 선뜻 참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굳은 신념과 함께 시작된 혁신 활동은 조직과 근무 형태 개선을 통한 업무 집중도 향상으로 이어져 마침내 성과 높은 일터를 실현했다”고 덧붙였다.

#2. 1965년 국내 최초의 민간정유회사로 출범한  ‘GS칼텍스’ 는 업계 2위를 달리는 명품 기업이다. 특히 여수공장은 전 세계 단일 정유공장 중 4위를 차지할 만큼 막강한 규모를 자랑한다.

‘GS칼텍스’ 정유공장.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GS칼텍스에 2004년 크나큰 위기가 닥쳤다. 20여 일에 걸친 정유업계 최초의 파업으로 3,000억 원 상당의 손실과 업계 3위로의 추락이라는 아픔을 겪은 것이다. 그러나 파업을 수습하던 고통의 시간은 새로운 노사관계의 출발점이 됐다.

일터 혁신과 노사파트너십 강화로 고성과 창출의 물꼬를 튼 것이다. 지난해 일터 혁신 컨퍼런스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도 일터 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살린 노사의 노력이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여수공장은 노사 공동으로 ‘Value No.1 Complex’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가장 신뢰 높은 공장(Most Reliable), 가장 효율적인 공장(Most efficient), 가장 경쟁력 있는 공장(Most competitive) 즉 ‘3M 활동’을 실시했다. 노사는 회사, 구성원, 협력사 모두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의 근간 위에 세계 최고의 안전 확보, 구성원이 즐거워하는 혁신, 그리고 창의적 지식근로자 양성을 위한 제반 활동들을 진행했다.

특히, 엔지니어만 참여했던 6시그마 혁신 활동에 노조가 적극 동참하면서 노사협력 문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6시그마란 DMAIC(Define ·Measure·Analyze·Improve·Control)로, 철저한 사고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기법이다. 낭비 제거 활동으로 출발했던 6시그마 혁신 활동은 현재 원가 절감 단계를 거쳐 확산기인 ‘Value Creation’ 단계에 도달했다.

아울러 노사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지식근로자를 양성하는 제도를 운영, 톡톡한 성과를 올렸다. 구성원 개개인은 역량 향상에 필요한 학습을 통해 속속 지식근로자로 거듭났다. 주목할 점은 이 모든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상사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학습 CoP 활동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며, 성과에 준하는 충분한 보상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노사는 2008년 결성된 노사합동 봉사단 한울타리를 통해 결손 가정 아동 및 청소년을 돕고 있다.

‘GS칼텍스’ 노사헌장.

 
성과 높은 일터 실현에는 노사헌장 선포도 한몫했다. 2005년 여수공장 노사는 ‘생산적 노사관계 구축을 통한 노사상생’ 비전을 수립하고 노사헌장을 발표했다. △생산적 노사관계 형성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한 존중 협력 △생산성 향상 활동에 적극 참여해 구성원 삶의 질 향상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활동 등에 합의함으로써 일터 혁신을 앞당긴 것이다.

여수공장 관계자는 “노사의 지속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6년 연속 무교섭 임금협상 타결 등 신뢰의 장을 마련했다”며 “또한 세계적 수준의 안전 역량 확보 활동을 펼쳐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PSM(Process Safety Management) 인증제도에서도 지속적으로 P등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