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
‘강 건너 불구경 아니다’ 부품·공정 품질관리 초비상

한때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품질 담당 최고책임자’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입에서 나오는 것이 ‘품질’이라는 말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비꼬는 듯한 이 말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은 현장이든, 기자회견이든, 임원회의든 품질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현장 출신 오너의 한계라고까지 폄하했다.

대기업의 CEO라면 전략, 마케팅, 기획, 연구개발, 재무 등 다양한 분야를 관장하는 게 상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진업체보다 기술력이나 품질력에서 뒤떨어지는 현대·기아차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정 회장은 품질의 길목을 지켰다. 모든 기준은 완벽한 품질에 맞춰져 있었고,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재무, 디자인, 연구개발 등을 평가했다.

지금도 현대기아품질총괄본부는 그룹 내 핵심 부서로 꼽힌다. 복잡한 자동차 경영을 품질이라는 기준으로 단순화해 글로벌 수준을 요구하면서 현대차는 품질뿐 아니라 구매, 마케팅까지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 정 회장은 그 일을 2000년 취임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 2~3년간은 글로벌 경영을 새로운 화두로 던지고 있지만 2000년부터 7년간은 오로지 품질밖에 없었다. 브랜드 파워나 생산 규모에서 열세인 후발주자에게 가장 좋은 무기는 품질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도 “정몽구 회장이 취임 이후 연구소에 6시그마를 도입하고, 한 달에 두 번씩 열리는 품질회의를 통해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갔다.

또 품질 문제를 구매, 재경, 판매 등 전사적인 책임으로 만들어 가는 등 강력한 추진력으로 품질경영을 펼쳐 나갔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경제전문지인 ‘포브스’도 “현지에 연구팀을 보내 현지 날씨와 도로 상태는 물론 운전습관까지 품질에 반영시키는 정 회장이 현대차의 성공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단순하고 우직해 보이는 정 회장의 품질경영은 이번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에서 더욱 돋보인다. 기업이 글로벌화될수록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기 어렵고 리스크는 더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원리가 잘 작동하는 미국 시장에서 품질 문제는 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같은 일본 업체인 미쓰비시가 1990년대 리콜 사태로 세계시장에서 도태된 것도 품질과 신뢰 문제였다. 이번 사태로 현대차는 기회를 맞이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 리콜 사태로 얻는 반사이익은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보다 현대·기아차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현대차는 내부 품질 단속 강화에 들어갔다. 어느 순간 ‘도요타 사태’가 바로 현대차에도 닥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긴장의 고삐를 죄는 계기로 삼고 있는 것. 특히 도요타 사태의 도화선이 해외공장에서 촉발됐다는 사실에 주목, 현대차 해외공장의 부픔과 공정의 품질관리에 비상을 걸어 세계 차 시장의 물꼬를 현대 쪽으로 확실하게 돌려놓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타사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마케팅으로 활용할 생각은 더욱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대를 비롯해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경쟁사들은 지난달 말 ‘도요타 소유자가 현대차로 바꿀 경우 1000달러의 인센티브를 준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석호 기자·lukoo@joongang.co.kr